Folders - 사이아트 스페이스, 2017. 11. 21. - 11. 26.
전시 서문 <폴더 안에 담겨진 의미 그리고 그 층위에 대하여> 사이미술 연구소, 사이아트 스페이스 대표 이 승 훈 이성복 작가는 주로 컴퓨터의 알고리즘과 같은 원리를 인용하여 개념적 예술 작업을 해오고 있다. 그가 이번 전시에서 보여주는 것 역시 그 연장선 가운데 있는데, 그가 전시 주제로 제시한 폴더들(Folders)은 컴퓨터 내의 알고리즘 일부를 이미지적으로 상징하는 용어로부터 차용하였다. 이 용어는 컴퓨터의 복잡한 언어를 윈도우와 같은 이미지 기반의 형식으로 컴퓨터 사용자의 인터페이스가 발전하면서 생긴 것인데, 컴퓨터 연산에 필요한 정보 데이터나 프로그램 파일 등을 개념상 분류를 함에 있어 카테고리를 컴퓨터 언어로 표시하는 것 대신에 사람들이 일상에서 사용하는 상자모양 혹은 서류폴더 모양의 아이콘과 같은 이미지 기반에서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이때 폴더라는 것을 살펴보면 접을 수 있어서 칸이 나뉘어지도록 한 것이 형태적 특징이다. 컴퓨터의 윈도우와 같은 인터페이스를 만든 프로그래머들은 그 형태적 특징을 언어 대신 사용하여 정보를 분류하는 것으로 이해하도록 만드는 이미지적 언어가 되게 한 것이다. 컴퓨터의 윈도우 창 안에는 하나의 폴더 안에 수평적 개념들의 카테고리들이 모여 있고, 그 중 한 폴더를 클릭해서 열면 다시 그것의 하위 개념이 모여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러한 원리를 이용하여 컴퓨터 사용자들이 자신이 가지고 있는 각종 정보들을 상위개념과 수평개념 그리고 하위개념과 같은 분류방식에 의해 저장하고 이를 체계적이고 손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무엇을 분류할 수 있다는 것은 그 대상을 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어떤 대상을 안다는 것이란 그 대상이 다른 대상과의 차이가 무엇인가를 안다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리고 분류를 해낼 뿐 아니라, 분류의 유형을 나눠 더 상위개념의 분류 방식과 하위개념의 분류를 잘 해낼 수 있다는 것은 단순히 차이를 아는 것이 아니라 좀 더 심도 있게 그 대상을 알아야 가능하다. 이성복 작가는 예술가의 작업 프로세스 역시 이와 유사한 것으로 보았던 것 같다. 화가들의 경우를 보면 어떤 세상을 보게 될 때 눈에 들어오는 시각 정보에 대해 형태를 구분하고, 색채를 구분할 뿐만 아니라 화면의 적당한 위치를 정하고 형태와 색을 잘 배열하는 행위를 한다. 내면 세계를 밖으로 분출하거나 표현해내는 작업일지라도 선이나 색이 어느 지점에 어느 정도 표현할 것인가에 대해 공간과 면적을 구분하고 선택하는 일이 수없이 일어난다. 행위미술이나 개념미술 그 밖의 어떤 예술 형식이라 할지라도 자신과 타자, 시간과 공간, 개념과 서사, 가시세계와 비가시세계, 텍스트와 컨텍스트와 같은 수많은 영역과 차원에서 구분과 경계를 만들어 구획 짓기도 하고 허물어뜨리기도 하며 예술가는 분류와 선택을 이어나가게 된다. 그리고 이 같은 예술가의 분류와 선택은 다양한 의미층을 생산해내게 된다. 그것은 아름다움일 수 있고 새롭고 충격적인 것일 수도 있으며 거대한 메시지이거나 반대로 유희적 게임을 제안한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예술가들의 분류와 선택은 이성복 작가의 폴더 작업에서 보여주듯 어떤 것은 폴더의 단순 나열에 불과한 것인 수도 있고, 또 어떤 것은 폴더의 상층부와 하층부의 수많은 층위를 형성하며 심도 있는 의미와 깊이를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 그래서 예술가들이 무엇을 구분해내고 이를 선택하고 실행해내는 것은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런데 이성복 작가는 이 예술가의 구분과 선택의 프로세스 자체를 미세시스하는 작업을 한다. 작가는 예술가의 이러한 행위들이 일반인들이 물건을 생산하는 일과도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였다. 그렇기에 예술가는 산업 분야와 그 체계에 있어 알고리즘을 공유해야할 필요가 있다고 보았다. 예술이나 산업 모두 인간의 사유체계가 확장된 것이기에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가 컴퓨터의 알고리즘에 관심을 갖고 자세히 관찰해나가며 작업에서 그 알고리즘의 하나 하나를 미메시스하거나 시각화해내는 것은 자신이 밝힌 작가적 전제에서 자신의 사유 방식을 예술적으로 실현하기 위한 실천 과정으로 보인다. 그러므로 이성복 작가의 작업은 예술과 산업 그리고 기타 인간 행위들에 대해 구분하고 폴더를 씌어놓았던 행위들을 아우르는 더 상위 개념의 폴더를 만드는 작업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을 보아야 할 것이다. 한편 작가는 그에 작업에서 아이러니컬하게도 폴더 모양의 아이콘이 아니라 텍스트를 등장시키고 있다. 여기에는 난해한 도식들과 도표 그리고 공식들도 들어가 있다. 그리고 주목하게 되는 것은 이성복 작가가 이 텍스트를 전시 공간에서 캔버스나 패널이 놓일만한 위치에 걸어두고 있다는 점이다. 예술 작품의 이미지가 있었던 곳이 텍스트로 대치되고 예술적 기법이 보였던 곳에서는 알고리즘의 논리 회로가 드러나는 상황인 것이다. 작가는 이렇게 함으로써, 예술 혹은 산업에 있어서의 알고리즘을 미메시스하여 보여주되 어떤 이미지적 묘사가 아니라 마치 폴더 안을 클릭하여 들여다보게 하는 것처럼 상위 폴더와 하위 폴더와 같은 개념적 층위를 열어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작업들은 이성복 작가에게 있어 ‘예술이란 메타적 차원에서 세계를 바라보고 그 의미들을 드러내는 것’일 수 있음을 보여주는 근거가 된다. 그래서 작가는 산업 생산 프로세스와 컴퓨터의 연산 프로세스로부터 예술 프로세스와의 유사성을 포착하고, 이로부터 예술 개념의 확장 뿐 아니라 예술 발상의 발전적 전환을 모색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 과정은 마치 엔지니어나 과학자의 태도처럼 분석적이다. 그러나 그가 목표하는 것은 이 세계를 깊이 있게 통찰해내는 것이기에 예술가의 태도도 동시에 보여주고 있다. 그의 작업을 잘 읽어내기 위해서는 이 두 가지 태도의 연결고리를 살펴보는 것에서 시작한다. 이성복 작가의 작업은 이처럼 카테고리를 나누고, 차이를 발견하는 평범한 논리에서 시작되는 것 같지만, 결국 그 논리의 층위를 발견해내는 심층적 차원에서는 어떤 깊은 의미들의 접근해갈 수 있음을 제시하고 이를 시각화시켜 보여준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있다. |